책소개
수 십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해온 저자가 펴낸 책으로 우울증이 만연한 이 사회에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해서 책을 꺼내 들었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있고 이들에 대해 심리적 CPR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유족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쌓은 경험나 지식들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심리 치유 전문가일수록 왜 현장에서 실패하는가
저자는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만나면서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현장에 나간 자칭 심리 치유 전문가들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사라지곤 한다. 피해자들은 도움이 되는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 '환자'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의사들이 수련의 생활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적용해온 방식이다. 이런 시선은 저자를 비롯해서 이미 의사 세계에는 만연한 인식이라는 점이다. 병원에 온 사람들, 현장에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은 어찌보면 환자라고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저자가 그들은 환자 이전에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와 다르지 않고 정상적으로 생각도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지 어딘가 많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환자라고만 분류하는 시선으로는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치유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그들의 아픔을 채 다 듣기도 전에 의사들이 가진 시선과 경험, 지식과 노하우로 그들의 증상을 보고 단순히 진단내린다. 당신은 우울증이며 생물학적 화학적 원인에 의해 나온 정신적인 현상이니 약물로 처방을 드리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한다. 하지만 그들, 사람이 원하는 건 이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공감받고 싶어하고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약물만이 처방일 수 없다.
만연한 우울증 진단
저자는 근래에 정신 질환이나 불안, 공포, 우울증에 대해서 충분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증상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터넷에 간단한 우울증 설문조사를 통해서 우울증 점수가 높게 나온다면 바로 병원에 가라고 조언한다. 병원에서 의사는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걱정스레 찾아온 그들, 사람을 환자로 바라본다. 그 시선은 우울증이라는 걸 질병으로 바라보게 하고 생물학적 화학적 원인에 의해 일어난 병으로 인식하고 약물 처방을 내리게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불안이나 공포,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두려워한다.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하고 만일에 그런 진단이 나왔더라도 병원에 가기를 꺼려한다. 그곳은 우리를 환자로 만들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행태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
존재의 개별성이 무너지는
정신 질환과 우울증은 '나'가 무너지고 흐려지면 반드시 나오게 된다고 한다. 내가 무너지면 누가 나를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까? 내가 흐려지면 나의 개별성과 존재는 희미해진다. 내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나 뿐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은 온전히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에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개별성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이 때 무언가 문제가 생긴다. 한 예로 우리 사회에는 노인을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이 있다. 노인은 오랜 세월을 살아서 지혜가 있고 배울 점이 많은 존재라고 인식하는 한편, 이미 나이가 들어 현실감각이 없는 존재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쪽은 무조건적인 존중과 존경이며 다른 한쪽은 무조건적인 무시와 멸시이다. 그 어느쪽도 노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함에도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시선이 존재한다. 노인은 '노인'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없다. 우리가 청년이라면 우리 개개인이 각각 다르듯이 노인도 똑같다. 아기도 그렇고 남녀노소 누구나 하나의 시선으로만 판단되어질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개별성이 있다. 우리 모두 다른 존재이며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잃어 버리면 안된다. 우리 스스로가 모두가 옳고 공감받을 존재이며 환자라거나, 노인이라거나 어떤 틀로써 판단되어져서는 안된다. 개별성을 잃을 때 우리 스스로도 희미해질 뿐이다. 우리의 개별성을 지켜야하고 표현해야한다. 그럴 수 있게 도와줘야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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